아버지 관찰기

최근에 들어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아버지도 참 당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신다.

기분이 나쁠때는 무조건 요리가 짜다고 트집잡는 식
(말할것도없이 엄창 싱거운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들은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도 정확히 어떤것이었는지 알기가 어렵다.

1. 돈관리를 하면서 당신에게는 “얼마가 이렇게 들아왔고 얼마가 이렇게 나갔다”는 얘기를 한적도 없다. 얼마나 당신을 무시하면 그러겠느냐. 다 돈관리를 당신이 직접 안해서 그런거다(통장관리 직접 하고계심-통장 읽는 방법을 잊으셨다는게 함정), 이제부터 가게월세는 당신이 직접 꼬박꼬박 받으러 가겠다(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음…ㅠ)

2. “아침부터 싸돌아다닌다.” 이건 사실 꾸준한 불만이셨던걸로 보이긴 한다. 오늘은 2번에 3번이 절묘하게 달라붙었다.

3. 신발을 몇켤레를 사고 다니느냐. 새신 사신고 어딜 그리 돌아다니느냐. 라고(아버지는 무시하고-자기것만 흥청망청 사고다닌다고 생각하시는걸로 보임)

아무튼 오늘은 어머니가 서울에 어린시절 친구분들을 만나러 아침일찍부터 서울을 다녀오셨고, 오는길에 새 구두를 한켤레 사오셨다.

아버지는 그동안 불만이던 외출(불만2)에 새 구두라는 과소비 이미지(불만3)까지 겹쳤으니, 이게 다  (불만1) 때문이다 라고까지 생각이 번지신 것으로 추정.

불만2는 사실 어머니의 성격이시므로 나도 아버지의 섭섭함을 짐작하는 편이지만,
불만3-불만1로 이어지는 발상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다.

애들 셋 키우면서 당신 마음대로 사고픈것도 맘대로 못 산건 부모님 다 똑같은데, 아버지는 그 구두  한켤레에 어머니를 오해하셨다는게, 마음이 아프다.

결국은 구두가 문제였을까.

모르겠다.
아버지를 짐작해보기에는, 이미 그 심중이 너무 불안정해지신듯해서,
내가 늦은것같아서, 슬프다.

엉망진창

카페에서 책을읽다가 김용의를 닮은 여자를 보았다.

오늘하루는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물론 32년 동안 처음 일어난 일도 아니지만.
두번째는 세번째를 암시하고 있기에,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도망치는게 습관되면 안되는데.

멍청하다.
나이가 든다는건 참 힘든 일이다.
과거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됐던 ‘나잇값’에 대한 책임도 늘어가니까.

앞으로는 다른 책임의 종류도 크기도 더 늘어가겠지.

부디 조금 더 강한 단단한 내가 되기를.

수다스러움

확실히 말을 많이 한다고 말을 잘하는게 아니며,
되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말은 장황하게 하는데 딱히 재미가 없다는 것.
(“재미도, 내용도 없다”는 문구를 떠올렸으나, 내용의 경중문제일 뿐 조금이라도 있으면 있다고 관대하게 넘어가기로 결정. 나는 관대하다.)

나도 이런 경우에서 예외는 아니므로, 말을 많이하거나 글을 길게 쓸수록 쏟아내버린 말 들을 주체못하는 경우가 많다.(지금도 슬슬 불안해지고 있음)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개인적인 기록인 척 쓰지만 소통을 전제하는 글이라면,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에서보다는
조금 더 정돈해서 올려야 겠다.’ 는 것

뭐 결론은, 말이나 글을 밀도있고, 재미있게 하는 사람을 보면 역시나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