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관찰기

최근에 들어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아버지도 참 당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신다.

기분이 나쁠때는 무조건 요리가 짜다고 트집잡는 식
(말할것도없이 엄창 싱거운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들은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도 정확히 어떤것이었는지 알기가 어렵다.

1. 돈관리를 하면서 당신에게는 “얼마가 이렇게 들아왔고 얼마가 이렇게 나갔다”는 얘기를 한적도 없다. 얼마나 당신을 무시하면 그러겠느냐. 다 돈관리를 당신이 직접 안해서 그런거다(통장관리 직접 하고계심-통장 읽는 방법을 잊으셨다는게 함정), 이제부터 가게월세는 당신이 직접 꼬박꼬박 받으러 가겠다(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음…ㅠ)

2. “아침부터 싸돌아다닌다.” 이건 사실 꾸준한 불만이셨던걸로 보이긴 한다. 오늘은 2번에 3번이 절묘하게 달라붙었다.

3. 신발을 몇켤레를 사고 다니느냐. 새신 사신고 어딜 그리 돌아다니느냐. 라고(아버지는 무시하고-자기것만 흥청망청 사고다닌다고 생각하시는걸로 보임)

아무튼 오늘은 어머니가 서울에 어린시절 친구분들을 만나러 아침일찍부터 서울을 다녀오셨고, 오는길에 새 구두를 한켤레 사오셨다.

아버지는 그동안 불만이던 외출(불만2)에 새 구두라는 과소비 이미지(불만3)까지 겹쳤으니, 이게 다  (불만1) 때문이다 라고까지 생각이 번지신 것으로 추정.

불만2는 사실 어머니의 성격이시므로 나도 아버지의 섭섭함을 짐작하는 편이지만,
불만3-불만1로 이어지는 발상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다.

애들 셋 키우면서 당신 마음대로 사고픈것도 맘대로 못 산건 부모님 다 똑같은데, 아버지는 그 구두  한켤레에 어머니를 오해하셨다는게, 마음이 아프다.

결국은 구두가 문제였을까.

모르겠다.
아버지를 짐작해보기에는, 이미 그 심중이 너무 불안정해지신듯해서,
내가 늦은것같아서,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