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지나갔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가,

생각이 고요한 호숫가에 떨어진 물방을 하나로인해 퍼지는 작은 파문처럼,

넘실거렸다.

-가 멈췄다.

byroo가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프고 슬픈 기억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저 물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굳이 비가 아니어도, 물이면 보통 좋아한다.

물이 가지는 모든 이미지들을 좋아해.

그 부드러움, 검허함, 영롱하기까지-

시릴듯한 차가움마저도-

하물며 그토록 좋아하는 그것이 하늘에서 내려와 주는데 싫어할 리가!

땅보다 낮아지려고 온갖 길을 헤매지만, 결국 찾지못하는 슬픔

그로인해 흘린 눈물들이 말라 하늘로 올라갔다가는,

한없이 낮은 그곳을 잊지못해 다시금 땅을 찾아내려오는 눈물들-

이게 오늘밤, 내가 생각하는 비인가봐.

하긴, 단순히 떨어지는 ‘물’을 좋아하는것 말고도,

회색빛으로 흐린채 낮게 깔린 하늘이라던가, 코끝에서 매달리는 풀내음도 좋고,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차분히 가라앉는 기분도 좋다.

화창하게 맑고 높은 하늘도, 상쾌한 바람내음도 좋아하고,

유난히 방정맞을 정도로 둥둥 떠다니는 기분도, 좋아하기 때문에.

비오는날이 더 좋은것같아.

언제나 흐리기만하면, 비내리는날을 지금만큼 좋아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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